
선탠의 이면, 우리가 몰랐던 빛과 그림자
한여름, 바다를 향해 떠난 여행. 따사로운 햇살이 피부를 간질이고, 붉게 그을린 어깨 위로 소금기 어린 바람이 스친다. 이런 순간, 우리는 본능적으로 느낀다. ‘지금 이 순간, 나는 살아있다.’ 선탠은 단순한 미용적 선택을 넘어, 어떤 사람들에게는 계절의 의식이고, 자존감의 표현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매혹적인 행위의 이면에는 우리가 자주 외면하거나 놓치기 쉬운 진실이 숨어 있다. 이 글에서는 흔히 언급되지 않는 선탠의 장점과 단점을, 신체적·심리적·사회문화적 관점에서 다층적으로 들여다보려 한다.
[장점] 햇빛 아래에서 진화한 인간, 빛과 함께하는 회복
1. 햇빛은 피부를 넘어 정신에 닿는다.
많은 이들이 선탠의 장점으로 비타민 D 합성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햇빛은 그 이상의 역할을 한다. 햇빛은 우리 몸의 생체시계를 조율하는 중요한 요소이며, 특히 세로토닌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를 자극해 기분을 안정시키고 우울감을 완화시킨다.
실제로, 계절성 우울증(SAD: Seasonal Affective Disorder)은 일조량이 적은 겨울철에 악화되며, 이러한 증상은 인공 햇빛 조명 요법으로 완화되곤 한다. 즉, 선탠은 단순히 피부를 태우는 행위가 아닌, 심리적 균형을 회복하는 자연요법이 될 수도 있다.
2. '햇빛 근육'의 강화? 운동 효과와의 시너지
햇빛은 피부를 통해 신경-내분비 시스템에 영향을 미친다. 최근 몇몇 연구에서는 햇빛을 충분히 받은 사람들에게서 근육 회복 속도가 더 빠르고, 체력 회복 능력도 향상된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특히 야외 운동과 선탠을 병행할 경우, 자연스럽게 일광욕 + 유산소 + 심리 안정이라는 세 가지 효과를 동시에 누릴 수 있다.

3. 자기 이미지와 정체성 강화
선탠된 피부는 일반적으로 ‘건강해 보인다’, ‘자신감 있어 보인다’는 사회적 이미지를 제공한다. 특히 서구권에서는 햇볕에 그을린 피부가 노동 계층이 아닌 휴양 계층의 상징으로 자리 잡으면서, 사회적 지위와 라이프스타일의 표현 수단으로 작용해 왔다. 이로 인해 선탠은 단순한 미용이 아니라, 자기 정체성의 연출 도구로 기능한다.
[단점] 태양은 두 얼굴을 가졌다 – 보이지 않는 그림자
1. 피부, 기억하는 장기
햇볕에 타는 피부는 단순한 일시적 변화가 아니다. 피부는 광손상(photoaging)이라는 이름으로, 자외선의 흔적을 오랫동안 간직한다. 특히 UVA는 진피층 깊숙이 침투해 콜라겐 파괴와 탄력 저하를 일으키며, 이는 잔주름과 색소 침착으로 이어진다. 젊은 시절의 무분별한 선탠은 10~20년 후의 피부 노화를 앞당기는 뿌리 깊은 흔적이 될 수 있다.
2. 눈에 보이지 않는 위험, DNA 손상
자외선은 피부세포의 DNA를 직접적으로 손상시킬 수 있다.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가장 심각한 부작용은 피부암 이다. 특히 흑색종(Melanoma)은 초기에는 발견이 어려우며, 전이 속도가 빠르고 치명적이다. 선탠을 즐기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 암의 발병률은 일반인보다 60% 이상 높다는 보고도 있다.

3. 중독과 왜곡된 자기 이미지
선탠 중독(Tanorexia)이라는 용어가 있다. 이는 지속적으로 피부를 태우고 싶은 충동을 멈출 수 없는 심리적 상태로, 자외선이 분비시키는 엔도르핀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러한 중독은 결국 자기 인식의 왜곡으로 이어지고, 피부 손상과 건강 악화로도 이어질 수 있다.
선탠은 선택이 아니라 ‘관리’다
선탠은 그 자체로 나쁜 것도, 절대적으로 좋은 것도 아니다. 그것은 햇빛과의 관계 맺기이며, 자기 몸을 자연과 연결시키는 감각의 행위다. 하지만 이 감각은 항상 책임을 동반해야 한다. 올바른 시간대(오전 9시~11시), 적절한 자외선 차단제 사용, 충분한 수분 섭취와 애프터케어가 수반되지 않는 선탠은, 단기적인 만족이 장기적인 후회로 바뀔 수 있다.
우리는 햇살을 사랑하되, 그 빛의 강도와 방향을 인지할 줄 아는 존재다. 선탠은 내면의 결핍을 태양으로 채우는 경험이 아니라, 자신의 신체와 마음을 햇빛으로 조율하는 기술이 되어야 한다. 그럴 때 비로소, 우리는 진짜 의미의 ‘빛나는 피부’ 와 ‘건강한 자존감’을 동시에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