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선화(鳳仙花)는 한국에서도 여름철 손톱 물들이기에 자주 사용하는 아주 익숙한 꽃인데요, 이름만큼이나 매력적인 특성과 이야기를 지닌 꽃이에요.
어릴 때 여름이 오면 어김없이 시작되는 작은 의식이 있었어요.
바로 할머니가 손톱에 봉숭아 물을 들여주던 일.
마당에서 피어난 붉은 봉선화 꽃잎, 그리고 파릇한 잎사귀 몇 장.
그 옆엔 백반을 아주 조금, 그리고 할머니가 어디선가 꼭 챙겨 오던 괭이밥까지 함께 넣고
절구에 조심스레 찧으셨죠.
지금 생각해 보면, 그건 단순한 염색이 아니라
여름을 맞이하는 의식이자, 우리만의 추억을 새기는 순간이었어요.
할머니는 제 고사리 같은 손톱 위에 콩알만큼 꽃 반죽을 올려주시고,
서리태 콩잎으로 조심조심 감싸셨어요.
그 위에는 비닐, 그리고 실로 칭칭 둘둘 감아 꼭 묶어주셨죠.
저는 그 상태 그대로 잠이 들었고,
다음 날 아침이 되면 실이 감긴 자리에 선명한 경계선이 생겨 있었어요.
붉게 물든 손톱을 보며 괜히 으쓱했던 기억도 나네요.
피부에 물든 자국은 1~2주면 금방 사라졌지만,
손톱에 들인 봉숭아 물은 꽤 오래 남아
작은 손끝에서도 여름이 계속되는 듯한 기분이 들곤 했어요.
지금은 손쉽게 네일로 색을 입히는 시대지만,
그 시절의 봉숭아 물은 단순한 색이 아니라 기억이고 감정이었어요.
봉선화란?
학명
Impatiens balsamina
영어로는 Garden balsam 또는 Touch-me-not이라고 불립니다.
분류
과: 봉선화과 (Balsaminaceae)
원산지: 인도, 동남아시아 지역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관상용과 민간요법용으로 재배됨
항목 내용
꽃색 | 분홍, 빨강, 보라, 하양, 주황, 다양 |
개화 시기 | 4월 중순에 씨앗을 파종하면 6월~7월이면 꽃을 피운다. |
높이 | 높이 약 30~60cm 정도 성장함 |
잎 | 끝이 뾰족하고 톱니모양 가장자리 |
열매 | 성숙하면 살짝 건드려도 튕겨서 씨가 튀어나옴 (그래서 'Touch-me-not'이라는 이름이 붙음) |
봉선화의 활용
1. 손톱에 물들이기
꽃잎과 백반을 섞어 손톱에 올리면 붉은색~주황색으로 염색됨
옛날에는 첫눈이 내릴 때까지 봉숭아물이 남아있으면 첫사랑이 이루어진다라는 전설이 있었어요.
2. 민간요법
항염, 진통 효과가 있다고 전해짐
꽃, 잎, 줄기를 달여서 무좀 치료나 해독 용도로 쓰기도 함
(※ 단, 과학적 근거는 제한적이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3. 관상용
화단, 정원, 베란다 화분에 심기 좋고
병충해에 강하며 번식력이 강해서 기르기 쉬움
손끝에 남는 건 단순한 붉은빛이 아니었습니다.
그건 시간이 들러붙은 색, 할머니의 손길, 여름 냄새였죠.
세상은 빠르게 바뀌어도 문득 손톱을 바라보다 보면
어린 시절, 작은 마당 한 편의 기억이 손끝에서 피어오릅니다.
이번 여름, 저처럼 다시 한번
봉숭아 물 한 방울의 추억을 되살려보는 건 어떠세요?